데이터를 대충 훑는 연구소를 차리기로 했다. 거창한 계획은 없었다. 떠다니는 데이터 같은 거 슬렁슬렁 들여다보고, 가끔 “어 이거 좀 이상한데?” 싶은 걸 그래프로 그려서 올리는, 딱 그 정도의 방구석 작업실.
문제는 그 작업실을 짓는 데 하루를 다 썼다는 거다. 데이터는 한 줄도 안 봤다.
원래 계획은 소박했다
“홈페이지 하나 만들지 뭐.” 이렇게 시작했다.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문장이다.
도메인은 원래 있었고, 서버도 굴리고 있었으니 금방 될 줄 알았다. 그런데 막상 손대니 정할 게 끝도 없었다. 서버로 갈까 정적으로 갈까, 글은 어떻게 쓰지, 목록은 누가 갱신하지, 글 100개 쓰면 스크롤이 끝없이 내려가나…
하나 정하면 그 뒤에 세 개가 딸려 나왔다.
주제부터가 산 넘어 산
처음엔 진지하게 데이터를 다루려고 했다. 그러다 깨달았다. 그건 그냥 퇴근하고 또 일하는 것이라는 걸.
그래서 방향을 틀었다. 재밌으면서 정보 가치가 있는 것. 전국 노포 지도, 도서관 대 노래방, 온라인 속 이상한 통계 같은 것들. 하나의 주제로 묶으려다 결국 “그냥 이것저것 파보는 연구소”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. 묶지 않기로 한 게 묶는 것보다 나았다.
무언가를 잘 만들려고 애쓰다 보면, 가끔 “안 묶는 게 정답”인 순간이 온다. 이 랩의 정체성이 그렇게 정해졌다.
그리고 컨셉은 자학으로
깊이 파는 연구소는 많다. 그래서 반대로 갔다. 굳이 깊이 안파고 드는 연구소. 이불 밖으로 안 나가는 곰이 마스코트다.
말은 게으르다고 하면서 사이트는 또 그럴듯하게 만들어버린 게 이 프로젝트 최대의 모순이다. 게으름을 표방하는 데 가장 부지런했다.
결국 오늘 한 일
- 도메인 정리하고
- 서버 이사 보내고
- 컨셉 열두 번쯤 갈아엎고
- 곰을 이불로 덮었다 벗겼다 하고
- 만들고 보니 데이터는 안 봤다
내일은 진짜 데이터를 볼 것이다. 아마도(?).